36  미장플라스 글쓰기

글을 쓰고 싶다면, 아마 질 높은 글을 많이 쓰고 싶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방법은 단 하나, 미장플라스 글쓰기입니다.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드는 대신 사전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글쓰기와 사전 글쓰기를 분리하면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잘 쓸 수 있습니다.

36.1 미장 뭐라고 하셨습니까?

위키백과는 미장플라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제자리에 놓기’ 또는 ’모든 것을 제자리에’라는 뜻의 프랑스 요리 용어입니다. 요리하기 전에 필요한 준비 작업을 뜻하며, 전문 주방에서는 요리사가 근무 시간 동안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메뉴에 필요한 재료(예: 손질한 고기, 렐리시, 소스, 살짝 익혀 둔 재료, 향신료, 갓 썬 채소 및 기타 구성 요소)를 정리하고 배치하는 일을 가리킬 때 자주 쓰입니다.

핵심은 해야 할 일에 필요한 것을 모두 미리 준비해 두면 요리가 더 빠르고, 더 쉽고, 더 즐거워진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요리에서 재미있는 부분만 지루한 부분과 따로 떼어 놓은 것입니다. 외국에서 요리 교실에 참여해 본 적이 있다면(개인 여행이나 팀 워크숍에서 현지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것이 재미있었던 이유가 모든 준비가 이미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십시오.

물론 셰프의 경우에는 보통 손질하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므로 실제로 일을 줄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을 “손질하고 요리하기(Prep & Cook)”로 한꺼번에 하는 대신 “손질”과 “요리”라는 더 먹기 좋은(말장난을 의도한 걸까요?) 덩어리로 나누는 것은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사실 미리 손질해 두면 필요한 재료 중 빠진 것을 발견할 기회도 생기고, 요리하는 도중에야 재료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대신(!) 얼른 나가서 사 올 수도 있습니다.

36.2 글쓰기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닙니다

요리사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작가에게 훨씬 더 잘 들어맞습니다. 실제로 글을 쓰는 행위는 더 길고 복잡한 과정의 마지막 조립 단계일 뿐입니다. 장보기(또는 재료 비축), 다지기, 계량하기, 자르기, 껍질 벗기기, 썰기 대신, 우리에게는 아이디어 구상, 리서치, 동료 검토, 독자 반응 테스트, 관점 재구성, 시각 자료 작성, 구성 정리 등이 있습니다.

미장플라스 글쓰기의 핵심 통찰은 글쓰기와 사전 글쓰기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Split writing workflow with an expansive pre-writing area for ideas, research, review, testing, reframing, organization, and illustration, followed by a focused writing area for drafting, improvising, and editing.

Mise en place writing

글쓰기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과정입니다. 평균적인 글 한 편을 써내는 데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까지 걸리며, 그동안 저는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단 한 가지 일에만 그만큼 오랜 시간을 연속으로 쏟는 셈인데, 이는 오늘날의 주의력 경제에서 드문 일입니다. 여기에 아이디어 구상, 자료 조사, 구성 등까지 더한다면 시간은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고, 결과물의 질도 더 떨어질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자가 제 글에서 무엇을 얻어 갈지에 실제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이런 작업입니다. 그러니 저는 그런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36.3 사전 글쓰기의 구성 요소

사전 글쓰기는 강도가 낮고 우연에 기대는 경우가 많으며, 여러분이 생각을 내놓기보다는 생각이 여러분에게 흘러들어 오는 데 달려 있습니다. 다음은 현실적으로 사전 글쓰기로 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망라하지는 않은 목록입니다:

  • 아이디어 구상(메뉴 정하기): 말 그대로, 여러분이 쓸 수 있는 주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여기서는 날것의 아이디어 속도(Raw Idea Velocity)에 집중합니다. 실제로 그것을 결과물로 내놓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언제 어디서든 영감이나 통찰이 번뜩였다면, 적어 두십시오. 저는 좋은 강연을 하나 보고 나서 글로 쓸 만한 아이디어를 두 개쯤 얻어 나오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 쓸 거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기준이 너무 높은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 이미 명쾌하게 설명된 주제라 하더라도, 여러분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함으로써 공개적으로 배우면서 여전히 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아이디어가 너무 *많다면*(저도 가끔 공감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What People Want)이라는 마음속 필터에 걸러 보십시오.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그냥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십시오.
  • 리서치(레시피 찾기): 링크, 사실, 인용문, 이야기, 데모, 저장소, 트윗, 강연, 팟캐스트, 타임라인, 역사, 분류 체계. 리서치 여정은 아이디어를 얻은 직후부터 시작됩니다.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면 그 출처를 반드시 적어 두십시오. 그것이 바로 리서치입니다. 이것은 여러 장르의 블로그 글에서 “알맹이”에 해당합니다. 즉, 독자가 얻어 갈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입니다. 글을 쓰기 직전에 포괄적인 리서치를 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결국 글을 영영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글을 쓸 때 사용할 모든 자료를 모으는 것입니다. 다만 그 자료를 마주칠 때마다 그때그때 모은다는 점이 다릅니다.
  • 동료 검토(직원들과의 맛보기 시식): 동료 검토를 거치면 리서치가 훨씬 쉽고 빨라집니다. 이것이 바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의 장점입니다. 여러분보다 더 많이 아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 리서치 방향을 더 얻을 수 있고, 대응해야 할 즉각적인 반론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 ‍청중 테스트(잠재 손님을 대상으로 한 시범 운영): 이는 동료 검토보다 조금 더 넓은 그물입니다. 여러분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들에게 자문하는 대신, 이제는 여러분이 글을 쓰는 대상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시험해 봅니다. 이는 제가 블로그 글을 쓸 때는 거의 하지 않는 추가 단계이지만, 예를 들어 컨퍼런스나 밋업에서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반응을 가늠하기 위해 이 단계를 거칩니다. 브로드웨이 공연에는 소규모 관객 앞에서 하는 워크숍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공연이 실제로 정식 개막하기 전에 피드백에 따라 줄거리부터 소품, 출연진까지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강연, 워크숍, 책처럼 더 공들여 제작하는 콘텐츠라면, 기대하는 만큼의 영향력을 얻을 수 있도록 이 단계에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 리프레이밍(요리 이름을 바꾸거나 즉흥적으로 변형하기):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가 실제로 쓰게 되는 글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독자의 피드백 때문이든 뒤늦게 찾아온 영감 때문이든, 주제에 접근할 더 흥미로운 관점을 발견하거나 더 나은 비유를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글의 초점 전체를 바꾸는 일은 아직 글을 쓰지 않았을 때 하는 편이 비용이 적게 듭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지금 읽고 계신 이 장의 원래 제목은 “내가 글을 쓰는 방법과 이유”였습니다. 나쁘지 않지만, 그만큼 흥미롭거나 기억에 남지는 않습니다. 저는 더 나은 프레이밍을 찾았고, 그래서 리프레이밍했습니다.
  • 구성(요리 플레이팅하기): 글의 구조를 정하면 의식의 흐름대로 쏟아 내는 넋두리와 구별되는 글이 됩니다. 구조가 있으면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훑어보거나 깊이 파고들면서 여러분의 생각을 확대하기도 하고 축소하기도 하며 볼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꼭 전달해야 한다면 구조 자체를 부각하는 무엇을 말할지 말하고, 말하고, 방금 무엇을 말했는지 말하라라는 메타구조를 사용하십시오. 반복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저는 항상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선택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이 목록을 대략 시간 순서대로 안내해 왔다는 점을 보십시오.
  • 삽화(메뉴/웹사이트에 올릴 사진 찍기): 그림 한 장이 천 마디 말을 대신합니다. 여러분이 설명할 내용에 대해 독자가 시각적으로 참고할 거리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덤으로, 그렇게 하면 여러분의 논지를 훨씬 더 공유하기 쉬워집니다. 어떤 것들은 그림으로 나타내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Maggie Appleton이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방법에 대해 훌륭한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머릿속 이미지도 효과가 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 글에서 저는 시각 자료를 많이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머릿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요리 비유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글을 쓰기 전에 글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는 글쓰기와는 별도로 사전 글쓰기를 위한 워크플로를 갖추어야 합니다.

36.4 사전 글쓰기 워크플로

백로그를 가꾼다는 발상은 생산적인 글쓰기의 핵심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저는 글로 써 볼 만한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백로그로 쌓아 왔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그 수는 50~70개 정도입니다.

먼저 크로스 플랫폼 노트 작성 도구를 갖추십시오. 저는 Evernote, Notion, Roam Research, SimpleNote를 검토해 보았지만, 현재는 OneNote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Microsoft가 뒷받침하고 있어 영구적으로 무료이고, 오프라인 지원도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Joplin으로 옮기거나 직접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사실 도구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제 규모에서는 도구를 바꾸는 일이 아주 간단합니다. 다만 기능 구성이 워크플로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작업 흐름은 이렇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콘텐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것이 무언가를 읽다가든, 강연을 보다가든, 팟캐스트를 듣다가든,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든, 샤워하며 혼자 생각하다가든, 검색할 수 있는 곳에 적어 두어야 합니다. 그 아이디어가 관련된 다른 생각과 이어진다면, 아이디어, 인용문, 짧은 인상적인 말, 링크, 논점 등을 모아 계속 늘어나는 목록으로 함께 정리합니다.

쉽고 빨라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이디어를 몇 분 만에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적어 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적으려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샤워실에서 뛰쳐나온 적도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추상적 사고와 창의적 영감에 뛰어납니다. 컴퓨터는 저장과 검색에 뛰어납니다. 이 둘을 여러분의 세컨드 브레인으로 활용하십시오.

여러분이 작성하는 노트 하나하나는 작은 주방이며, 여러분은 미래의 자신이 들어와서 바로 요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재료를 제자리에 갖춰 두는 것입니다.

36.5 무한한 주방

미장플라스를 실천할 때 요리사는 주방에서 쓸 수 있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시간과 공간이 동등하다는 개념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조리대 면적 자체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펼쳐 놓은 음식도 일정한 시간 안에 소비해야 합니다.

작가에게는 그런 제약이 없습니다.

작가인 여러분에게는 클라우드 속 무한한 주방이 있습니다.

한 달에 블로그 글 1편을 겨우 짜내느라 애쓰는 일은 집어치우십시오. 여러분은 이제 50편의 블로그 글을 한꺼번에 동시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재료가 들어오는 대로 추가하고, 잘게 썰고, 재배치하고, 맛을 보고, 아직 빠진 것을 적어 두고, 주방 전체를 통째로 내다 버리기도 하고, 두 주방을 한데 부딪쳐 합치기도(Smashing) 합니다.

즐기십시오! 마음껏 어지르십시오! 엉뚱해지십시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서 글을 씁니다.

36.6 글쓰기

하루에 한 번 글을 쓰든, 거대한 마천루나 심지어 책 한 권을 만들려고 하든, 글쓰기 과정은 똑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사전 글쓰기와 글쓰기를 분리합니다.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을 때마다 저는 점점 늘어나는 목록을 훑어보며 그날 쓸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주제가 무엇일지 생각합니다. 잘 정리된 백로그를 갖춰 두면 좋은 점은, 그동안 제가 모아 온 관련 링크와 메모와 생각이 모두 하나의 목록에 담겨 있어서 언제든 완성된 글로 살을 붙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그저 덜 막막합니다. 그뿐 아니라 이 메시지를 미래로 보낸 과거의 모든 저에게서 온 영감을 농축된 형태로 한꺼번에 받으면 작은 도파민이 솟기도 합니다.

미장플라스 글쓰기의 핵심 통찰은 글쓰기를 사전 글쓰기와 분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글의 질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글쓰기의 즐거움도 커집니다.

36.7 즉흥도 괜찮습니다

사전 글쓰기에서 그 모든 작업을 하고 나니, 제가 항상 모든 것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일단 글쓰기 모드에 들어가면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드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글쓰기 모드는 사전 글쓰기와 글쓰기 작업을 동시에 다시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이며, 다만 미리 해 둔 약간의 추가 준비 덕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즉흥적으로 해도 괜찮습니다.

36.8 퇴고

많은 사람이 편집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편집이 큰 가치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는 편집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우선, 저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한, 편집이 기대만큼 가치를 더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느낍니다. Hemingway나 Grammarly로 글을 점검해 볼 수는 있지만, 이런 도구가 사람의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편집자를 찾는 일은 그냥 동료를 붙잡는 것보다 어렵지만,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고, 그 결과 좋은 편집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만큼의 가치를 얻지 못합니다.

이에 대해 더 많은 통찰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는 편집 경험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글을 발행한 후에 많이 고친다는 점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글은 모두 디지털 가든 속의 살아 있는 문서가 되도록 의도한 것이므로, 무언가가 잘 읽히지 않거나 제가 놓친 중요한 점을 누군가 짚어 주면 가서 고칩니다. 하지만 대개는 무거운 편집에 발목 잡히기보다는 일단 내놓는 쪽을 택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발행 후에도 편집할 수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